급성 맹장염은 연간 0.4~0.5%이다. 복부 장기 질환 중 급성으로 수술 받는 경우 89.1%의 확률로 맹장이다. 그래서 간혹 주변에서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는 지인을 볼 수 있는데, 맹장염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발병하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맹장염에 대해 알아보자.
1. 맹장의 위치
맹장은 우리 몸의 아랫배 오른쪽에 있다. 대장의 일부로써, 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즈음에 위치한 주머니 모양 혹은 늘어진 벌레처럼 생긴 기관이다. 소화기관과 매우 가깝지만, 신기하게도 음식물은 이 곳을 거치지 않는다. 이 곳은 면역기관이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이 아니다.
예전에는 간혹 남자와 여자가 맹장 위치가 다르다고 하던 사람도 있지만, 남자와 여자의 맹장의 위치는 같다. 그리고 맹장의 의학적 용어는 ‘충수돌기’이다.
충수돌기는 큰창자 중 맹장에 연결된 6~10cm 크기의 작은 창자의 일종이다.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면 ‘충수돌기염’이라고 부르며, 맹장염도 충수돌기염이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글에서는 충수, 충수돌기 또는 맹장이라 표기한다.
2. 생김새와 기능
소장과 대장의 경계에는 끝이 막혀 있는 주머니 모양의 맹장이 있고, 그 끝에는 손가락 모양으로 속이 빈 충수돌기가 있다.
맹장은 중요한 면역 기관 중 하나로, 세균이 많은 대장과 균이 없는 상태인 소장의 경계면에서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맹장은 외부의 병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항체를 생산한다. 만약 맹장이 없다면 백혈병, 홉킨슨병, 결장암, 난소암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3.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
과일을 먹다 보면 간혹 씨앗을 삼키는 경우가 있다. 포도 씨나 수박씨와같이 딱딱한 씨앗을 먹으면 맹장염에 걸릴까.
섬유질로 이루어진 포도나 참외 혹은 수박씨를 삼키면, 우리 몸은 씨를 거의 소화하지 못하고 대부분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진다. 따라서 과일의 씨앗이 충수돌기의 입구를 막아 해당 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충수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충수가 막히는 것이다. 막히는 원인에 웬만해서는 과일의 씨앗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큰 원인은 다른 것인데, 해당 장기 주변의 임파 조직이 과분하게 증식하면서 충수가 차단되어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이유로는 단단한 변이 이 장기로 흘러가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는데, 어쨌든 원인이 뭐가 되었든지 맹장의 구멍이 막히면 발병한다. 나도 모르게 입으로 들어간 이물질 때문에 맹장의 구멍이 막힌다면 발병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력도 있어서, 친인척 중 이러한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항상 조심해야 한다.
4. 증상
해당 장기에 염증이 생기면 걸리면 복통, 발열, 구토, 변비, 설사,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종종 식욕부진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통증은 종종 배꼽 주변부터 시작되며 오른쪽 아래쪽 복부로 이동한다. 손을 누르고 들어올리면 통증은 더 심해진다.
그러나 이 증상들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진단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해당 장기의의 입구가 막히면 충수 내부의 세균이 증식하고 독성 물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그로 인하여 이 장기의 점막이 손상되고 궤양이 생긴다. 그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심해져서 이 장기가 터지고, 충수 내에 있던 염증성 물질과 대변 찌꺼기들이 복막 안으로 들어가서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복막 안으로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니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바로 가는 것이 좋다. 이 장기는 보통 하루 내에 터지는 경우가 20~30%는 되고, 이틀이 지나면 약 70%는 터진다.
해당 장기의 염증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검사, 복부초음파 등을 하는 것이 좋다.
만성 충수염은 급성 충수염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느리고 증상이 비교적 가벼우나,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농양을 유발할 수 있다.
5. 발병 후 치료
해당 장기에 염증이 발병했다면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 신속하게 진단하고 초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이 시기에 수술을 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진단을 할 때에는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등을 실시한다.
치료법은 보통 수술로 해당 장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복부를 2~5cm 정도 절개한다. 요즘에는 배 아래쪽에 5mm 정도의 구멍 3개를 열어서 하는 방법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두 가지 방법 중 뭐가 더 좋다는 기준은 딱히 필요 없다. 그러나 구멍 3개를 열어서 하는 최소 침습 수술은 절개부가 적어서 감염 발생률이나 복부 유착, 통증, 합병증 등이 적은 편이며, 혹시 비만이라면 이러한 장점이 도드라지게 느껴질 것이다.
수술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수술 후 하루나 이틀에 걸쳐서 물부터 식사를 한다. 조기에 제거할 수 있는 병이라 수술 성공률은 90%로 높다.
참고로 합병증이 없거나 초기인 경우, 혹은 의사의 소견에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정맥항생제를 사용하여 남아 있는 박테리아를 죽여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하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반절제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주변이 이미 변질된 경우에는 수술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의 소견에 따라야 한다.
만성인 경우 염증을 먼저 조절하고 나서 3개월 정도 후에 선택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다.
6. 합병증
보통의 합병증은 충수돌기의 염증이 다른 부분으로 퍼지게 되면서 천공이 발생하여 복막염이나 패혈증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충수돌기의 염증이 다른 장기로 퍼져 장이 괴사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참고로, 복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 급성 충수염이다.
7. 제거 후
이 장기가 있을 때는 장내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 좀 더 수월하나, 해당 장기를 제거한 후에는 조금 버거울 수 있다. 그렇다고 다행히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간혹 가스가 올라와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회복 기간은 보통 한달 이내이지만 합병증, 체질, 연령, 그 외의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다.
수술 후 약 3개월 정도까지는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고, 이후로 조금씩 강도를 늘려가야 한다. 복부에 부담이 가거나 땀이 많이 나는 강한 강도의 운동은 반년 정도 뒤로 미뤄야 한다.
진통제를 사용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의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여행 등 활동적인 생활은 피하고, 수술 부위의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일찍 자야 한다.
8. 염증 예방 방법
안타깝게도 해당 장기의 염증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다만 발병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활 습관을 지니는 것이 좋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으로 하는 것이 좋다. 과식, 공복, 정크푸드의 섭취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식이섬유 등을 섭취하여 장 건강을 지켜야 한다.
변비는 해당 장기의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기에, 하루에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렇게 몇 가지를 지키면 한 번 발병했었던 염증이 재발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번외 1.
해당 장기의 염증인지 몰랐을 아주 오래 전에는 근육 염증이나 산후 합병증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했다. 그러다가 1735년 런던에서 왕실 외과 의사인 Claudius Amyand가 11세 소년을 수술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에 ‘맹장염’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그 후에야 ‘제거’하는 치료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번외2.
초식동물은 이 장기가 유난히 길게 발달해 있다. 하지만 초식동물의 해당 장기는, 대장을 구성하는 맹장으로서의 충수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나 육식동물도 맹장을 갖고 있지만 초식동물처럼 길지는 않다. 왜 그럴까.
올챙이나 어린 개구리는 주로 식물을 먹기 때문에 대장이 길고 매우 꼬불꼬불하다. 그러나 올챙이가 자라 개구리가 되어 곤충을 먹기 시작하면 대장의 길이가 짧아진다.
그것처럼, 인체도 고기와 같은 고단백 식품을 먹으면 위와 소장에서 빠르게 소화를 시킨다. 반면 야채를 먹으면 야채 속에 있는 섬유질을 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소화 운동과 효소 작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식물만 먹는 초식동물의 경우, 대장에서 이러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맹장이 발달 되어 있는 것이다.
번외 3.
면역학이 발달하기 전 시대에는 맹장이 필요 없는 기관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외과 수술을 하기 전에 어떤 환자들은 “기왕 배를 열었으니 멀쩡한 맹장도 같이 떼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번외 4.
이 장기처럼 편도선도 비슷한 사연을 가졌다. 편도선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편도선에 염증이 생기면 수술로 제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편도선도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편도선은 코나 입을 통해 침입하는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뭐가 됐든, 우리 몸에 있는 기관 중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참고 링크